지인 왈, "내 친구 몇 명이 같은 지방 출신인데, 우리끼리 있을 땐 왜 사투리로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어. 듣기 싫어. 서울 사람들이랑 있을 땐 서울말을 잘만 쓰면서. 꼭 우리끼리 있으면 그런단 말이야." 베트남 작은 마을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한 서양인 손님이 "오마이가쉬~ 이 사람들은 심각하게 영어 좀 배워야 돼." 라고 말하는 걸 들은 이후로 이런 류의 발언은 또 오랜만이라 이해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아니, 그러니까 그 말은, 영어 잘하는 한국인들끼리 있을 때 왜 영어 안 쓰고 한국어 쓰냐는 말이랑 같은 거 아니야?" 라고 물어봤으면 좋았을 걸ㅎㅎㅎ
이것은 몇 가지 점에서 안타까운 발언이었는데, 첫째는 개인적인 호불호에 따라 타인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보였다는 점이고, 둘째는 사투리도 귀중한 언어자산 중 하나임을 인지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점이다. 사투리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때문에 고쳐야할 대상도 아니다. 습관처럼 사투리를 고친다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이것은 필요에 의해서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처럼 표준어 구사 능력을 습득하는 것일 뿐이다.
서로 다른 외국어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느낌이 다르고 영어의 악센트에 따라 구사자의 이미지가 다르게 그려지는 것처럼 한국어의 방언에도 각기 다른 이미지와 느낌이 있다. 그것은 사회구조적으로 고착화된 이미지이기도 하고 미디어가 강화한 이미지이기도 하며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만들어진 이미지이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이미지와 느낌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친근하게 느끼는 것을 또 다른 사람은 거북하게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든 그 이미지와 느낌은 객관적인 것이 아닐 뿐더러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오히려 경계해야 할 선입견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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