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한자 용어, 그중에서도 일상생활에서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와 음이 같은 용어는 좀 바꾸었으면 좋겠다.
1. 경제학 - 이자율평가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평가"라는 단어를 보면 '사물의 수준이나 가치 따위를 평함 (評價)'이라는 뜻을 가장 먼저 떠올릴 거다. 심지어 그 뜻만 아는 사람이 대부분일걸? 하지만 이자율평가설이라는 경제 용어의 "평가"는 '평평한, 즉 같은 수준의 가치 (平價)'라는 뜻이다. 처음 경제학 책에서 이 단원명을 봤을 때, 나는 당연히 '아, 이자율의 평가(評價)와 관련된 이론인가 보다.'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처음에 책을 읽어 나갈 때 순조롭지 않았다.
2. 법학 - 의제취득
"의제"는 동음이의어가 많은 단어인데, 보통은 "의제"라는 단어만 들었을 때, '회의에서 의논할 문제 (議題)' 또는 '의식과 제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儀制)'을 떠올릴 것이다. 법학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이 단어를 듣고 '다른 물건을 본떠서 만듦(擬製)'이라는 뜻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까?
근대화 시기 이래, 먼저 개화한 일본을 통해 서양 문물(경제학, 법학 포함)이 들어오다 보니 일본이 고안한 한자어가 같이 들어왔고, 당시에는 우리의 언어 체계에 맞는 용어를 고안할 여력이 없었으니, 우리의 일상 언어와 동떨어진 일본식 한자어를 사용하게 된 데에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근대화 이전, 즉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던 시절에는 주로 중국이 고안한 용어를 그대로 받아 써서 그 시기에 들어온 외국 문물 중에는 중국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 여력은 충분해 보이는데, 왜 여태 안 바뀌었을까? 일상 언어와 가깝게 바꾸는 편이 훨씬 직관적이라 지식의 습득에도, 상호 소통에도 훨씬 용이할 텐데...... 이런 용어를 이미 익힌 기득권 세력이 굳이 바꿀 필요를 못 느껴서 그런가? 바꾸면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고 그러나? 아니면, 나만 불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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