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가 되고 싶은 잡담

먹는 걸로 쇼크 주고받은 이야기

grtnomad 2022. 4. 1. 19:55

#뜨거워도맛있고 #식어도맛있는 #배추전

개그맨 강호동이 무슨 예능에서 배추전을 소개했던가? 아님 그걸 보고 신기해했던가? 여하튼 그걸 보고 나서 경상도 출신이 아닌 친구에게 물어보니, 정말 모르는 거다ㅇㅅㅇ!! 배추로 전도 굽냐고.ㅎㅎ 나는 "헐.. 진짜야? 전 하면 배추전 아니야?? 배추전, 정구지전(부추전)! 그다음에 파전, 김치전 아니야???" 그러고.ㅋㅋㅋ 왜냐면 배추전은 제사상에도 올라가거든.ㅎㅎ

중국에서 상추를 쪄먹고 볶아먹고 끓여먹는 걸 보고 컬처쇼크를 받고, 그게 또 이상하게 맛있어서 어느 순간부터 골라 주문하는 나를 보고 더블 쇼크를 받았는데, 그러고 보면 그럴 것도 없었던 거다. 중국도 가깝다지만 여러 모로 그보다 훨씬 가까운 우리나라 안에서도 서로 모르는 식문화가 있었으니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ㅎㅎ

먹는 걸로 쇼크 받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여 이야기하면, 먹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은 생각보다 강하고 그래서 어쩌면 손해보고 있는 게 꽤 많을지도 모른다. 미디어에서 한국 문화가 낯선 사람이 처음 한식을 먹는 걸 보다 보면 '아... 그거 그렇게 먹는 거 아닌데...' 또는 '윽... 왜 그거랑 같이 먹어!' 할 때가 있잖아? 근데 또 막상 그렇게 먹어보면 의외로 괜찮을 때도 있다. 음.... 구체적 예가 있었는데 바로 딱 기억이 안 나네ㅎㅎ 아, 김밥이랑 우유. 이건 외국인 예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에서는 김밥을 우유랑 먹었다. 엄마가 김밥을 말면 "엄마~ 우유 없는데 사 올까?" 할 정도로 우리 집에서 '김밥+우유=진리' 이 공식은 성립했는데, 때문에 꽤 자랄 때까지 나는 그게 소위 "국룰"인 줄 알았다. ㅎㅎ 친구가 "웩! 그거 우유에 밥 말아먹는 거 같잖아!" 하기 전까지.ㅎㅎㅎ (이거 상상하면 웩... 하는 사람 많을 것 같은데, 근데 생각해봐라, 크림 리소토... 그게 결국은 그거지.ㅎㅎ)

외국인에 의한 한식 "생태 교란"도 분명 몇 차례나 봤는데... 씁... 이건 기억나는 대로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넘어가야겠다.ㅎㅎ 반대로 내(우리)가 이방인으로서 식문화 생태를 교란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첫 번째 예로 내 최애 편의점 메뉴 중 하나이기도 한 딸기+생크림 샌드위치. 우리나라에선 인기가 있으니 계속 나오는 걸 텐데, 내가 물어본 서양 친구들은 하나 같이 "웩..." 류의 반응이었다. 샌드위치는 짭짤한 음식이지 케이크가 아니라는 거다.ㅎㅎ 근데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대.ㅎㅎ 그걸 왜 사 먹냐고, 생각만 해도 "gross" 하다고.ㅎㅎ 그래서 나는, 눈 딱 감고 한번 먹어보라고, 넌 인생을 손해 보고 있다고 웃으갯소리를 하고 넘어갔다. 나는 그게 "gross"하다는 게 오히려 안 와닿았지만, 빵을 오래전부터 주식으로 삼아온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먹는 방식이 나(우리)에게 밥을 먹는 방식이 그러하듯 깊은 고정관념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옛날에 영국에서 친구들이랑 피크닉을 갔을 때도 나는 평소대로 베이글 사이에 단 꿀과 짠 치즈, 청포도 알갱이 등 달콤한 과일,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 소금으로 간한 채소를 같이 넣었는데, 한 친구가 한 입 먹고 의외로 맛있다며 놀라는 게 아닌가!ㅎㅎ 나는 속으로 '엥? 뭐가 의외지?'하고 더 놀람.ㅎㅎㅎ 딸기+생크림 샌드위치 일 이후에 다시 생각해보니 그 착한 녀석, 단 것 짠 것 할 것 없이 이것저것 다 때려 넣는 나를 보고 기함을 했지만 차마 내색은 하지 못하고 받아먹었던 거였다.ㅎㅎ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 사워크라우트를 뭔가랑 같이 먹었는데, 뭐랑 어떻게 먹었는지는 하도 오래되어서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여하튼 친구랑 친구 어머니가 아주 신기해한 적이 있다. 상상도 못 한 조합인데 의외로 맛이 괜찮다며 ㅎㅎㅎ 물론 처음엔 다급히 '어, 그렇게 먹는 거 아니야!!'라고 했지만 ㅎㅎㅎ

뭐냐... 너무 산으로 왔는데ㅎㅎ 결론은 고정관념에 너무 사로잡히지 말고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새해가 되도록 하는 걸로!ㅎㅎ(교훈적 마무리를ㅋㅋㅋ)

그리고 배추전 강추합니다. 식어도 따뜻할 때 못지않게 맛있는 거 드물잖아용.ㅋㅋ 아, 그러고 보니 최근에 처음 먹어본 제주 빙떡, "데워주시나요?" 했더니 "원래 식혀서 먹는 거우다."라고 하셨음 ㅎㅎ 그것도 살짝 컬처쇼크였네 그러고 보니.ㅎㅎ 무 밖에 안 들어갔는데 너무 맛있었음!
#빙떡 도 안 드셔 보셨으면 추천!ㅋㅋ